스마트팜

스마트팜이 만드는 새로운 ‘지역 특산물’ 이야기

blogofsolmal 2025. 9. 23. 16:04

여러 유통사가 줄 지어진 거리의 모습

한국의 지역 특산물은 대체로 오랜 기후와 토양 조건 속에서 형성되어 왔다. 전남 보성의 녹차, 제주도의 감귤, 충남 공주의 밤처럼 특정 지역의 자연환경이 만들어낸 산물이 곧 지역 정체성과 브랜드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기후 변화와 소비자 취향 변화, 그리고 농업 인구 감소는 전통적인 특산물 체계를 흔들고 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팜 특산물이 떠오르며, 지역 농업의 미래를 다시 그려내고 있다.

스마트팜은 온도, 습도, 빛, 영양분 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덕분에 특정 지역의 기후에 국한되지 않고, 원하는 작물을 최적의 조건에서 재배할 수 있다. 즉,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작물도 특정 지역에서 길러내어 ‘새로운 특산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컨대 제주에서 열대 과일 망고가 재배되고, 강원도에서 수경재배 딸기가 사계절 생산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농산물 품종이 다양해졌다는 의미를 넘어, 지역 경제와 정체성을 새롭게 만드는 기회가 된다. 소비자는 “국내산 열대과일”이라는 신선함을 경험하고, 농가는 기존 특산물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나아가 지역은 “스마트팜 특산물”이라는 브랜드로 관광·체험 산업과도 연결된다. 결국 스마트팜은 전통 특산물 개념을 확장하고, 농업과 지역 사회의 미래를 동시에 바꾸고 있다.

 

스마트팜이 만든 새로운 특산물 사례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제주도의 망고다. 과거 망고는 동남아에서 수입해야 하는 과일이었지만, 제주에 스마트팜 온실이 들어서면서 국산 망고가 가능해졌다. 자동 온습도 제어와 LED 광원 덕분에 망고는 사계절 재배가 가능해졌고, “제주산 애플망고”라는 이름으로 고급 선물용 시장을 형성했다. 현재는 단순히 재배를 넘어, 망고 체험 농장과 관광 상품까지 연계되어 지역의 새로운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남 김해에서는 국내산 바나나가 등장했다. 김해 스마트팜에서 자란 바나나는 수입산보다 크기가 작지만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비자는 ‘국내산 바나나’라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고, 농가는 고부가가치 작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전남 신안에서는 용과가 새로운 특산물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팜에서 계절과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재배되며, ‘섬 용과’라는 이름으로 지역 농산물 직거래 장터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신안군은 앞으로 용과를 활용한 가공품과 체험형 관광 코스를 개발해 ‘스마트팜 특산물 산업화’를 추진 중이다.

강원도 평창에서는 사계절 딸기가 생산된다. 고랭지의 깨끗한 이미지와 스마트팜의 기술력이 결합해, 평창 딸기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겨울 스포츠 관광지였던 평창이, 이제는 사계절 딸기 관광지로까지 인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스마트팜 특산물이 등장하면서, 지역 사회는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우선, 농업 소득의 다변화가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특정 작물 가격이 하락하면 농가 소득이 크게 흔들렸지만, 스마트팜으로 새로운 작물을 도입하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주 농가가 감귤 의존에서 벗어나 망고나 바나나로 수익을 다변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둘째, 청년 농업인 유입이다. 스마트팜은 기술 친화적이고, 데이터와 IT에 익숙한 청년세대에게 매력적인 농업 방식이다. 지역에 청년이 돌아오면서 공동체 활력이 살아나고, 농업의 고령화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셋째, 관광·체험 산업과의 연계다. 스마트팜 특산물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체험 콘텐츠’로 소비된다. 제주 망고 농장 체험, 평창 딸기 따기 체험, 신안 용과 스마트팜 투어는 관광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는 지역 경제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특산물이 단순한 농산물이 아닌 지역 문화 자산으로 진화하게 만든다.

넷째, 지속 가능성 강화다. 스마트팜은 물과 농약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낮추는 친환경 농업 모델이다. 이는 기후 위기 대응 차원에서 지역 농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비자는 “환경을 생각한 특산물”이라는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며, 이는 시장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스마트팜 특산물의 미래와 시사점

스마트팜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지역 특산물은 앞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 변화로 기존 특산물 재배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스마트팜은 지역이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때 사과 재배지였던 지역이 스마트팜을 통해 열대 과일의 산지로 변모하거나, 해안 지역이 해조류 기반 스마트팜을 운영해 해양 특산물과 결합하는 미래도 가능하다.

또한, 스마트팜 특산물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유리하다. 해외에서는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한국산 열대과일’이나 ‘스마트팜 친환경 채소’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다. 이는 농산물 수출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다만 해결 과제도 있다. 스마트팜 설치와 운영에는 초기 비용이 크고, 에너지 사용 문제도 있다. 따라서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 재생에너지와의 연계, 지역 협동조합 모델이 필요하다. 또한 스마트팜 특산물이 단순히 ‘기술로 만든 농산물’에 그치지 않고, 지역 문화와 역사와 결합해 브랜드 스토리를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결국 스마트팜 특산물은 전통 특산물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며 지역 농업을 다층적으로 풍부하게 만드는 존재다. 전통 특산물은 뿌리 깊은 역사와 정체성을 제공하고, 스마트팜 특산물은 혁신과 미래 가능성을 제공한다. 두 흐름이 어우러질 때, 한국의 지역 농업은 기후 변화와 글로벌 시장 속에서도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