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집에서도 가능한 수직농장 DIY — 소규모 스마트팜 실험기

blogofsolmal 2025. 9. 16. 15:39

아두이노와 파이프로 셀프 스마트팜을 만든 모습

Day 1–7: 준비와 설치 — 집안에 작은 수직농장을 세우다

올해 초 나는 “집에서도 수직농장을 만들어볼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으로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시중 제품이 아닌, 아두이노와 라즈베리파이 보드를 이용해 DIY 스마트팜을 제작하기로 했다. 구조는 PVC 파이프와 3D 프린터로 출력한 화분 홀더를 조립하여 3단짜리 미니 수직농장 형태를 갖췄다. LED 식물등은 파란색(450nm)과 빨간색(660nm) 파장을 혼합해 광합성 효율을 높였고, 수경재배를 위해 양액통(10L)을 아래 두고 소형 워터펌프를 연결해 주기적으로 물을 순환시켰다.

첫 주는 설치와 초기 환경 세팅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아두이노에 연결한 센서는 DHT22(온도·습도), BH1750(조도), DS18B20(수온), 그리고 수분 센서(토양 수분 대신 양액 탱크 모니터링용)를 장착했다. Day 1 센서 로그를 보면, 실내 온도는 평균 23.5℃, 상대 습도는 41%, LED 조도값은 약 12,000 lux로 측정되었다. 물은 pH 6.0, EC 1.4 mS/cm로 맞추었고, 여기에 로메인 상추 씨앗을 파종했다. 처음 며칠은 특별한 변화가 없었지만, Day 5 즈음 작은 새싹들이 파란 LED 조명을 따라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흙을 쓰지 않아 깔끔했고, 집 거실 한쪽에 작은 실험실이 들어선 것 같아 묘한 성취감이 들었다.

 

Day 8–14: 발아와 초기 성장 — 데이터와 환경 조정

두 번째 주는 본격적으로 새싹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Day 9 오전 8시 센서 로그에 따르면 온도는 24.2℃, 습도 45%, 조도 13,200 lux, 수온 22.8℃였다. 하루에 16시간 LED를 점등하도록 타이머를 설정했는데, 조도 센서를 통해 실제 값이 균일한지 매일 확인했다. Day 10에는 잎 길이가 평균 3.1cm까지 자랐고, 일부 개체는 4cm를 넘어섰다. 이 시점에서 LED와 잎 사이의 거리를 줄여 광량이 고르게 분포되도록 조정했다.

양액의 소비량을 기록한 결과, Day 7에서 Day 14까지 10L 중 약 2.1L가 줄었다. 이는 증산작용과 증발로 인한 자연 소모량으로 보였는데, EC 수치가 1.1 mS/cm로 떨어지면서 양액을 보충해주었다. 이때 수분 센서가 30% 이하로 떨어졌음을 알림으로 알려줘서 쉽게 대응할 수 있었다. 또, Day 12에는 습도가 38%까지 내려가 새싹 끝이 살짝 마르는 현상이 보였다. 이에 소형 가습기를 옆에 설치해 습도를 45% 이상으로 유지했다. 작은 조치였지만, 이튿날 잎의 윤기가 돌아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데이터 기반으로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이 “내가 진짜 농부가 되었구나”라는 느낌을 주었다.

 

Day 15–25: 본격적인 성장기 — 최적화와 실험

3주 차에 접어들면서 로메인 상추는 빠른 속도로 자라기 시작했다. Day 16 로그: 온도 23.8℃, 습도 47%, 조도 14,100 lux, 수온 22.5℃. 이 시기에는 잎 길이가 평균 7~8cm, 가장 큰 개체는 10cm 이상 자라며 마트에서 파는 어린잎채소 크기에 도달했다. Day 18에는 광량을 조금 줄이는 실험을 했다. LED 강도를 80%에서 60%로 낮추자, 조도 센서 값은 9,500 lux로 떨어졌다. 이후 3일간 성장 속도를 비교한 결과, 줄기 길이는 다소 줄었지만 잎의 두께와 색감이 더 진해졌다. 즉, 과도한 광량보다는 적정 광량이 품질 향상에 유리함을 체감했다.

Day 20에는 양액의 pH가 6.5까지 올라가면서 흡수율이 떨어진 듯 일부 잎 끝이 노랗게 변했다. pH 다운 용액을 소량 투입해 5.9로 맞추자, 2일 만에 증상이 완화되었다. Day 22의 센서 기록에서는 EC 1.6 mS/cm, 온도 24.0℃, 습도 50%로 안정적이었다. 또한, 하루 동안 소비된 물은 약 0.4L였는데, 이는 성장기에서 수분 흡수가 활발하다는 증거였다. 이 시점에서 잎을 일부 간식 삼아 수확해 먹어봤는데, 아삭하고 쌉쌀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집에서 기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식탁에 올리기에 손색없는 품질이었다.

 

Day 26–40: 수확과 회고 — 소규모 스마트팜의 가능성

마지막 2주는 수확과 평가의 시간이었다. Day 28에는 첫 번째 본격적인 수확을 진행했는데, 한 뿌리당 잎 무게가 평균 85g 정도였다. Day 30의 센서 로그는 온도 24.1℃, 습도 48%, 조도 12,800 lux, 수온 22.7℃, EC 1.5 mS/cm였다. 이후 꾸준히 양액을 관리하며 Day 35까지 총 1.8kg의 로메인 상추를 거둬들였다. 이는 집에서 한 끼 샐러드로 10회 이상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양이었다.

실험이 끝나고 데이터를 다시 검토해 보니, 온도는 평균 23.9℃, 습도는 45~50% 구간, 조도는 12,000~14,000 lux에서 가장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EC는 1.2~1.6 mS/cm, pH는 5.8~6.2 범위를 유지할 때 잎의 품질이 가장 좋았다. 결론적으로 집에서도 간단한 DIY 장비와 센서, 데이터 로깅 시스템을 갖춘다면 소규모 수직농장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상용화된 제품처럼 세련된 디자인이나 자동화 편의성은 부족했지만, 내가 직접 데이터를 읽고 환경을 조정하면서 얻는 체험적 즐거움은 상용 기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만족감을 주었다. 무엇보다 매일 새싹이 자라나는 모습을 기록하고, 직접 키운 채소를 식탁에 올리는 경험은 도시 생활 속에서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